노하우

집이 지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소형 세컨하우스 중형 세컨하우스 주거

글 쓰는 건축가의 주택 건축 강의_제1강


아파트든 주택이든 대부분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정작 그 집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어지는지는 막연하다. 집을 지으려는 예비건축주라면, 이 과정을 익히는 게 우선이다.





이번 호부터 주택 건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할지 생각해 보다가, 우선 전반적인 ‘집 짓는 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 소규모 프로젝트를 건축사사무소의 업무를 중심으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 이후 각 회에 걸쳐 세부적인 이야기를 풀어 가겠습니다.


❶ 일단 집을 짓고자 한다면 땅을 확보해야 합니다

건축사사무소에 가기 전에 토지 구입을 마친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땅을 이미 구입했거나, 마음에는 들지만 계약 전인 땅이 있다면 건축사사무소에서 대상 후보지의 건축 적정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는 등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느 땅이든 마음에 두고 있는 형태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토지의 대략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간략한 설계를 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간단한 검토는 굳이 건축사사무소에 오지 않으셔도 인터넷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하우빌드 스케치’와 ‘랜드북’ 등이 그러한 플랫폼입니다. 다만, 인터넷 플랫폼은 아직은 면밀한 부분에서는 아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믿고 투자를 실행하기 보다는 대략적인 감을 잡는 용도로만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참고할 만한 홈페이지들

• 하우빌드 https://sketch.howbuild.com

• 랜드북 www.landbook.net

• 토지 이음 www.eum.go.kr

• 세움터 https://cloud.eais.go.kr


❷ 어떻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알아야 합니다


보통 토지를 구한 건축주는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을 통해서 건축사사무소를 물색하고 설계 상담을 의뢰합니다. 의뢰받은 건축사사무소는 ‘토지이용계획 확인원’과 지도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기초적인 검토를 진행한 후 상담에 들어갑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은 필지의 지역, 용도지구, 지목, 면적, 접도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로, 건축설계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 등에서도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정보입니다.


토지이용계획원 사례(위)와 건축 설계 플랫폼 ‘하우빌드 스케치’ 모습(아래).

예를 들어 건물을 짓고자 하는 필지는 반드시 지목이 ‘대’여야 하고 일정 길이 이상 도로와 접해야 건축이 가능하니(폭 4m 이상 통과도로일 경우 2m 이상 접도)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 밖에 지역·지구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용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대지에 대해 상담하고 설계를 의뢰하기 직전 단계에서 사무소가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은 대략적인 면적과 층수, 주차장 위치와 대수, 건물 위치, 지하층 가능 여부 등입니다. 자세하고 본격적인 계획은 측량을 마친 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흔히 ‘규모검토’라고 하여 대략적인 면적이나 층수 산정을 위한 설계를 할 때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기획설계’라고 하는데,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할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상담 후에 건축사사무소가 생각하는 설계비를 견적서 형식으로 제안하게 되며, 건축주가 수용하면 설계 계약을 체결합니다.


❸ 측량과 지질조사로 정확하게 땅을 이해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설계를 위해 대지 측량을 진행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토지이용계획 확인원만으로는 정밀도와 정확도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자격을 가진 별도의 업체에 의뢰하여 정밀한 상황을 알 수 있는 ‘현황측량’을 진행하고, CAD 데이터를 비롯한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측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앞서 언급한 현황측량은 대지 주변 건물의 위치나 높낮이, 전신주나 맨홀 등의 위치까지 자세히 기록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 필지 둘레 꼭짓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경계복원측량’이 있습니다. 정확한 대지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하며, 둘 다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경계복원측량은 준공 시에 건물이 필지 안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실시하기도 합니다. 경계복원측량을 할 때는 주변 필지 소유자들이 입회한 상황에서 실시하여 향후 민원 여지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땅의 무르고 단단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지질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질조사 결과 땅의 성질이 좋지 않다고 하면 파일(Pile, 말뚝) 설치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인허가 과정에서 관청이 지질조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위) 측량 현장의 모습. / (아래) 경계복원측량 지적경계점 표식.


❹ 큰 방향의 기본설계가 이뤄집니다

측량이 끝나면 건축사사무소는 측량 자료를 바탕으로 건축주의 요구 조건에 맞춘 본 설계에 들어갑니다. 그중 먼저 수행하는 것이 ‘기본설계’로, 대지 조건과 건축주 상황, 희망사항 등에 맞춰 설계안을 잡아갑니다. 보통 2~3주에 한 번 미팅하는데,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주의 이해를 도울 도면과 3D 모델링, 모형 등을 준비합니다. 통상적으로 구조, 기계, 전기 등 협력사에 넘길 수 있는 도면, 인허가를 접수할 수 있는 수준의 도면이 완성됩니다. 이 단계에서 건물의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구성, 형태, 재료 등 큰 방향이 정해집니다. 기본설계는 건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됩니다.


❺ 분야별 세부 도면을 만들고 인허가를 준비합니다

기본설계가 확정되면 관련 도서(도면)를 협력사에 전달하고 인허가를 준비합니다. 협력사는 구조, 기계, 전기, 통신, 토목, 정화조 등을 담당해서 설계합니다. 건물 설계의 전 분야를 건축사사무소 한 군데에서 진행하기 어렵고, 인허가 과정에서 각 분야의 면허나 자격이 필요하기에 이는 필수적입니다. 구조는 철근의 숫자나 기둥, 보의 치수 등을 설계하고, 기계는 화장실, 싱크대 등의 배관과 환기설비, 전기·통신은 각종 조명이나 콘센트, 전화선, 인터넷 등의 설비를 설계합니다. 토목은 경사지나 지하 공사를 할 경우 토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흙막이 등을 계획하는 분야입니다. 정화조는 건물에서 나오는 오수가 여과되는 장치로, 일부 도심지 등을 제외하고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협력사 도면이 완성되면 기타 서류들을 꾸려 인허가를 접수합니다. 인허가는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들에게 계획된 건물이 법에 위반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받는 과정입니다. ‘세움터’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접수하며, 건축과 공무원들은 제출된 자료를 도로과, 도시과, 장애인과 등 각종 부서들과 함께 체크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면 건축사사무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최종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내줍니다. 이 과정은 최소한 3~4주가 소요되며, 일부 지자체는 1~2개월을 넘기기도 합니다.


❻ 건축허가 외에 심의를 받습니다

일부 지역은 경관지구, 미관지구 등 특수지역에 포함되어 심의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심의는 법적인 것 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관 등을 주변 경관이나 도시계획에 맞춰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한달에 1~2번 정도 지정된 전문가들을 시청 등에서 소집해 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심의는 특수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실시하는 구조심의, 지하를 일정 깊이 이상 파는 경우 실시하는 굴토심의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심의는 자주 열리지 않아 통상적으로 1~2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❼ 건물의 디테일을 정하는 실시설계를 진행합니다

인허가를 접수하면 건축사사무소는 보통 ‘실시설계’를 진행하면서 관청의 인허가 보완 사항에 대응하게 됩니다. 실시설계는 건물의 디테일한 사항들, 즉 재료나 세부적인 설비 사양 등을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인허가 도서 이외에 공사에 필요한 상세 도서들을 실시설계 단계에서 작성합니다. 실내 바닥, 벽, 천장의 마감재, 창호, 외장, 지붕재료 등을 무엇으로 할지, 이것들이 맞닿는 부분의 디테일 처리는 어떻게 할지, 분야별 도서들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실시설계에서 결정됩니다. 건축주분이 건물에 적용될 제품 사양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주시면 설계에 반영합니다. 여기서 작성되는 각종 상세도가 충실해야 건물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놓치는 부분이 없어져서 현장에서 임의로 시공하는 경우가 적어지게 됩니다. 실시설계 역시 건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2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❽ 시공사를 선정합니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준비한 실시설계 도서를 기반으로 시공사를 선정합니다. 건축사사무소가 추천하거나 건축주가 물색한 시공사 등 3~4군데 업체에 설계도서를 발송하고 견적서를 수령해서 검토한 후 적정가를 제시하고 실적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합니다. 시공사들은 보통 견적 작업에 2~3주를 요구합니다. 좀 더 충실하고 꼼꼼한 견적서를 낸 시공사가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 코로나 사태,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자재비, 노무비 등이 상승했고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시공사만 가능한 공사가 늘어서 전체 시공비가 많이 올랐습니다. 공사비를 충분히 생각하시고 준비하셔야 합니다. 한편, 시공사에서 산출하는 견적의 객관성이 떨어지고 업체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별도의 견적업체에 의뢰하여 공사 내역서를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 그에 따른 용역비가 필요합니다.


❾ 공사에 착수하며 감리자를 선정합니다

적정한 시공사를 선정하면 시공 계약을 하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착공신고를 한 후 공사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시공사와 함께 감리자를 선정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감리라는 것은 도면에 맞춰서 제대로 시공되는지 관리 감독하는 용역입니다. 당연히 도면을 그려온 건축사사무소에서 감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최근 법 개정으로 다세대·다가구 등 일부 용도의 건축물에서(‘역량 있는 건축사’ 등의 예외 규정이 있지만) 설계자가 감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설계자가 감리까지 하면서 건축주, 시공사 등과 담합하여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의 의도는 알겠지만, 건축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을 직접 감리해야 의도한 대로 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관청에서 지정해주는 법적 감리와 더불어 ‘설계의도 구현’이라고 하여 설계자를 별도 감리로 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사기간은 2층 주택이라면 대략 6~7개월, 4~5층 정도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면 8~9개월 정도를 최소한으로 봐야 합니다. 여름엔 장마, 겨울엔 추위 등으로 실제 공사 일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여유 기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엔 레미콘 회사 등의 파업으로 자재 수급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공사기간에 쫓기더라도 겨울 공사는 각종 하자 우려가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❿ 사용승인과 등기를 받습니다

시공이 완료되면 건물을 사용해도 좋다는 사용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완공된 건축물을 반영한 도면과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관청에서 지정하는 특별검사원 건축사(특검)가 현장을 방문하여 잘못 시공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합니다. 별 이상이 없거나 수정 사항이 나오면 반영해서 사용승인을 완료하면 건축주가 취득세 등을 납부한 후 등기 처리하고 실제 건물을 사용합니다.

다소 길게 건축물이 설계되고 지어지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집짓기를 처음 접하는 건축주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집짓기는 워낙 알아야 할 내용이 방대합니다. 그만큼 공부가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축사와 시공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면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집이 지어지고 말 것입니다. 건축주가 집짓기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에는 건축물의 각 용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과 자료_ 김선동 건축가 :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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