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우리가 優利家

백지에서 시작한 첫 집짓기를 통해 공간에도 취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느슨하게 연결된 공간들을 오가며, 언제든 엉덩이를 대고 앉아 놀이를 시작할 수 있는 집. 집 안 어디서든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집. 우리가로 초대한다.


마당을 감싸 안아 1층 생활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지킨 주택 입면. 패시브하우스를 원했던 남편은 매달 실내 온습도와 에너지소비량 등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며 패시브하우스의 기능적 측면을 체감하고 있다.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엉뚱하고 흥미로운 ‘시도의 공간’들
따스하고 오붓한 마당을 지나 집의 내부에 들어서자 신비로운 공간감이 느껴졌다. 단호하게 구분 짓지 않은 채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독립된 형태의 공간들이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도의 공간’들이었다. “수더분하고, 다양한 여지를 지닌 공간을 원했어요. 언제든 철퍼덕 앉아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공간” 건축주는 이를 ‘시도의 공간’이라 불렀다.

주방과 식당, 거실과 시도의 공간까지 이어지는 동선. 겹쳐지는 창들 사이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마당 앞 툇마루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텐트를 설치해 캠핑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가 처음 집짓기를 결심하게 된 건축주 부부는 초반에 집에 대한 막연한 생각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포인트가 있었다. 자녀와 함께 만들기와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원했고, 패시브하우스를 짓고자 했다.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과 미팅을 진행하며 3개의 기본 설계안을 거쳐 지금의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평택시
대지면적 : 226.9㎡(68.6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08.03㎡(32.68평)
연면적 : 172.59㎡(52.21평)
건폐율 : 47.6%
용적률 : 76.1%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8.2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경량목구조
단열재 : 바닥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150T / 외벽 –셀룰로즈(하이셀) 140T + 32K 글라스울 80T(교차시공) / 지붕 –셀룰로즈 290T + 32K 글라스울 40T
외부마감재 : 지붕 – 컬러강판 / 외벽 – 벽돌타일
담장재 : 벽돌타일
창호재 : Ensum Kommerling 88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열회수환기장치 : Zehnder Comfoair Q350
에너지원 : 도시가스
시공 : 윈윈하우징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은은한 컬러의 빅슬랩 타일로 깔끔한 인상의 주방. 안쪽에는 팬트리를 구성했다.

주방에서 바라 본 계단실과 놀이방. 계단 층계참에 앉아 대화를 하기도 한다.
집의 배치와 구성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프라이버시였다. 이를 위해 집은 마당을 감싸 안으며 비틀어진 매스를 가지게 되었고, 밖으로 뻗은 부분은 거실이자 주된 시도의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식당에서 꺾여 들어가는 구조로 인해 다른 공용 공간과 동선은 분리되어 있어도, 창을 통해 서로의 시선은 연결된다. 지붕을 받치는 나무 기둥 앞으로는 단차가 있어 아래쪽 공간을 서재 등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식당과 계단실 앞, 높은 평상으로 이루어진 놀이방은 또 하나의 열린 영역이다. 요즘에는 아이가 놀이방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가족은 유연하게 연결된 식당과 거실, 놀이방을 오가며 엉뚱하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시도한다.

계단실 아래 영역을 활용해 붙박이 수납장을 만들었다.

단차 아래 서재는 큰 픽스창으로 마당의 풍경을 담는다. 거실이자 시도의 공간은 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된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삼화 친환경 도장 / 바닥 –이건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승기세라믹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더죤테크
주방 가구 : 이케아
조명 : NEMO Lighting, 이케아
계단재·난간 : 자작나무 합판, 스틸 난간
배선기구 : 르그랑
현관문 : Ensum Kommerling 88
중문 : 예림도어
방문 : 제작 자작나무 포켓도어, 예림도어
붙박이장 : 바이키친
데크재 : 방킬라이 19T
PLAN


아이 방의 문을 열어 독서 공간과 연계할 수 있다. 두 개의 침실에는 볼륨이 큰 가구를 최소화하고 붙박이장을 십분 활용했다. 복도 끝에 세탁실을 두어 편리한 동선을 만들었다.

2층 복도 끝에 서면 1층 놀이방이 내려다 보인다.

동굴처럼 깊고 높은 건식 세면실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서비스 공간의 역할을 한다.
2층은 아이 방과 부부 침실, 가족 욕실, 세탁실이 구성되어 있다. 아이와 부부 침실 방문은 포켓도어로 제작해 필요에 따라 확장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아이 방의 문을 열면 계단실 앞 독서 공간까지 연결돼 한층 풍부한 장소로 변모한다. 아치 천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욕실은 넉넉한 규모의 건식 세면 공간이 특징이다. 곡면의 높은 층고와 전면의 아치형 창이 야외에 나와 있는 듯한 개방감을 형성한다. 부부 침실 안쪽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내를 위해 작고 은밀한 작업실이 조성되어 있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하늘색 파스텔 톤의 타일과 아이보리 페인트가 개성 있으면서 편안한 기분을 만든다.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부부 침실 안쪽에 자리한 아내의 작업실. 1층 놀이방과 위치를 고민하다 조금 더 프라이빗한 환경을 위해 지금의 위치를 선택했다.
‘우리가’를 관통하는 또 다른 콘셉트는 바로 시선의 연결성이다. 건축주는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게 된 일상이 신기하면서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보이드 공간을 통해 계단에서 식당으로, 2층 복도에서 1층 놀이방으로, 침실에서 마당을 넘어 1층 거실로. 서로의 시선이 만나고 소통이 이루어진다. 넉넉하고 이로운 집이라는 뜻의 ‘우리가’에서 가족의 삶과 사랑이 풍성해져 간다.

건축가 권현효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이후 소오건축,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수련한 후 2010년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을 설립했다. 집은 건강하고 맑은 삶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패시브하우스와 한옥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대한민국한옥공모전(2013)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 경기도건축문화상(2018)에서 입선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www.sgim.co.kr
취재_ 조재희 | 사진_ 변종석 제공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 집 - 202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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